월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생리는 자궁 건강의 척도입니다. 문제는 생리가 한 달에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손님이라는 건데요. 생리통 등 찜찜한 현상을 겪더라도, 생리를 붙들고 물어볼 수 없는 노릇이죠. 이는 자칫 몸의 이상 신호를 놓치는 원인이기도 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생리에 대해 품었던 막연한 의문을 해소해 봤어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생리 중 느낌에 대해 고민해 본 여성
-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여성
*일부 내용은 <두번째봄> 산부인과 정선화 원장님과의 문답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두번째봄> 산부인과 정선화 원장은 “골반에 피가 고이는 현상을 ‘혈복강’이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혈복강은 배란이 되거나 난소 내 혹이 자연적으로, 혹은 성관계에 의해 터질 때 생긴다고 해요. 문제는 이때 골반에 피가 많이 고이는데, 이 경우 밑이 빠지는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요.
정선화 원장은 “밑이 빠지는 증상이 있다면 산부인과에 내원해 골반 초음파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고인 피의 양이 많으면 수술로 지혈을 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요(!). 혈복강의 경우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고 해요. 이 경우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할 것!
기울어진 자궁 각도가 생리통을 유발한다는 얘기, 혹시 들어보셨나요. 2013년 이탈리아 모데나 대학교 산부인과에서는 자궁 각도와 생리통의 관계를 조사했는데요. 자궁이 210도 이상 몸 뒤쪽으로 꺾인 여성들이 생리통이 가장 심했어요.¹ 150도 이하로 자궁이 앞쪽으로 꺾인 경우도 뒤를 이었죠. 요는 앞이든 뒤든 자궁이 꺾여 있을 때 통증이 심했다는 것.
그렇다면 자궁 각도가 생리통의 원인일까요? 이에 대해 정선화 원장은 “자궁 각도가 통증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자궁이 꺾여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궁이 주변 장기와 유착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어요. 자궁내막증은 자궁 유착을 일으키고, 유착이 다시 자궁을 꺾이게 하면서 극심한 생리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정 원장은 “만약 평소 자궁이 뒤로 꺾여있는 후굴이 심하고,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면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증을 높은 가능성으로 의심할 수 있다”면서 “이들 질환은 종종 초음파로 관찰되지 않고, 임상 증상으로 진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어요.
🔍생리통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생리통의 원인이 염증이냐, 자궁내막증이냐, 혹은 1차성 월경통이냐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져요. 골반염이 원인이라면 항생제 투여를, 자궁내막증이 원인이라면 심한 경우 수술을 합니다. 1차성 월경통이 원인인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고요. (<두번째봄> 산부인과 정선화 원장)
자궁에 고여있던 혈액이 공기 중에 산화되면서 나는 냄새인데요. 월경 혈에는 단순히 피뿐 아니라 자궁내막 조직, 자궁경부에서 나온 점액, 그 밖의 질 분비물과 외음부에서 난 땀 등이 포함돼요. 땀의 경우 외음부의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데 여기엔 지방산이 풍부해요. 이 지방산이 혈액과 만나면 냄새가 강해지죠.
게다가 생리 혈에는 영양이 풍부해 박테리아가 자라기 좋아요. 생리 혈 냄새에 대해 정상과 비정상의 의학적 기준이 있는지 궁금했는데요. 정 원장은 “생리 혈의 냄새는 생리대 교체 시기, 환경적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생리 혈의 냄새를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진 않는다”고 설명했어요. 생리 혈 냄새가 신경 쓰인다면, 월경용품을 자주 교체하는 게 방법이겠죠?
탐폰은 응축된 원통형의 흡수체가 피를 빨아들이는 형태고, 생리대는 펼쳐진 패드에 피가 흡수됩니다. 아무래도 생리대에 흘린 피가 많아 보일 수 있어요. 곧 탐폰을 쓰고 생리량이 감소했다는 느낌은 탐폰 모양에서 오는 착시일 가능성이 커요.
무엇보다 정말 생리 양이 감소했다면 몸의 이상을 의심해야 해요. 정 원장은 “실제로 생리 양이 줄어 들었다면 난소 기능 등 호르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생리 양이 유독 늘거나 줄었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생리에 대한 궁금증을 전문의와의 질의 응답을 통해 해소해 봤는데요. 대충 넘겼던 생리통, 쉽게 보면 안 되겠죠? 다음 주엔 산부인과 진료 용어로 돌아올게요!
인용
- Cagnacci, Angelo et al. “Intensity of menstrual pain and estimated angle of uterine flexion.” Acta obstetricia et gynecologica Scandinavica vol. 93,1 (2014): 58-63. doi:10.1111/aogs.12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