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후 찾아온 골반통. 골반이 뻐근하고 쑤시고, 때로는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설명조차 어려운 관계 후 골반통은 원인이 다양해 치료도 쉽지 않다는데요. 그래도 문제를 파악하면, 조금씩 해결할 수 있답니다. 오늘은 관계 후 골반통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을 정리했어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관계 후 설명하기 힘든 골반통을 경험한 여성
- 관계 중 이유 모를 통증을 경험한 여성
- 애인이 관계 전후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남성
여성이라면 흔히 질염에 대해선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분비물이 급증하거나, 점성이 변화하거나, 역한 냄새가 질염의 대표적 증상이죠. 골반 내 염증은 질염의 연장선인데요. 질염을 방치할 경우 생식기를 타고 올라가 골반 내에 염증으로 번질 수 있거든요. 곧 질염 증상과 함께 성기 안쪽 깊숙한 곳에서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골반염을 의심할 수 있어요.
골반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는 임질, 클라미디아균이 꼽혀요. 평소 질은 다양한 균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요. 면역력 저하나 잦은 성관계로 질 내 유산균이 줄어들면 질 내 생태계가 유해균이 쳐 들어오기 쉬운 환경이 돼요. 자궁으로 가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자궁경부도 약해지죠. 질염이 경부염이 되고, 경부염이 골반염이 되는 식이죠.
모든 질환이 그렇듯 골반염도 방치하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요. 골반염의 대표적 원인인 클라미디아의 경우 난관을 유착시켜요. 난자가 나오는 길목이 막히는 거죠. 그 결과 난임, 혹은 불임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골반염의 원인이 질염인 점을 고려하면, 질염을 대충 지나쳐선 안 되겠죠?
평소 골반통에 질염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세요. 전문의와의 상담 후 내진을 통해 골반 내 통증 정도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후 원인균을 파악하기 위해 STD 검사를, 난소나 난관에 이상은 없는지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죠.
섹스 후 골반통의 경우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골반 안쪽에서 욱신거리는 느낌이 특징인데요. 만약 비교적 외음부 바깥쪽에서 불편감을 느낀다면 외음부 전정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정염은 표현 탓에 염증이라 오해하기 쉬운데요. 전정염은 염증이 아닌,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을 가리킵니다.
성교통 편에서도
외음부 전정염을 다뤘는데요. 골반 내 염증이 질염이나 부정출혈 등을 동반하는 것과 달리 전정염은 동반증상이 없어요. 대개 관계 중 삽입할 때나 삽입 후 음경을 뺄 때 질 입구나 외음부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에 그치죠. 외음부 전정부의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이 특징으로, 심한 경우 성관계뿐 아니라 앉거나 걷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져요.
전정염을 진단하려면, Q-tip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요. 면봉을 이용해 외음부 전반의 민감도를 체크합니다. 대음순, 소음순, 소음순 안쪽 외음부 전정부를 2~10시 시계 방향으로 접촉하고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를 기록하게 되죠.¹
외음부 전정염은 이유가 불명확한 만큼 진단이 까다롭습니다. 질염 유무, 피임약 복용 여부, 고관절의 불편, 폐경 등이 모두 확인 대상이죠. 치료 시에는 외음부 전정부에 국소마취제를 바르거나, 신경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를 질정 형태로 질 내에 투여할 수 있어요. 상황에 따라 경구용 약물, 골반근육 물리치료 등도 병행할 수 있고요.
골반기저근은 여성의 생식기관과 직장을 떠받치는 근육인데요. 골반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할 경우 삽입 시 통증을 느끼고, 심한 경우 질 경련을 느낄 수 있어요. 질 경련 자체가 질을 둘러싼 골반 근육이 팽팽할 때 생기거든요. 만약 손가락 하나 정도를 넣는 것조차 어렵다면, 골반근육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전 성관계에서 통증을 느꼈거나 성적 트라우마가 있다면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는데요. ‘맘을 편안히 먹자’ 싶어도 의지와는 별개로 긴장하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으레 아플 거라 생각하는 탓에 근육이 자기방어적으로 수축하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를 치료할 때에는 심리적 긴장-근육 수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데 초점을 둡니다.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의사가 내진을 통해 골반기저근의 긴장도를 확인해요. 이후 의사나 물리치료사와 모니터를 보면서 골반근육을 제대로 이완하고, 다시 조이는 물리치료를 실행하게 되죠. 일종의 근육 훈련이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편이라고 해요.
이 밖에도 질 입구에 약한 전기자극을 주는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어요. 질 확장기구를 이용해 삽입에 대한 두려움을 점차 완화하는 치료법도 있고요. 모두 통증에 대한 과도한 인식을 덜어주는 데 목적이 있죠. 평소에는 고관절을 이완하는 요가 동작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간 막연한 느낌 정도로 흘렸던 골반통, 어떠셨나요? 골반통 부위와 동반증상에 따라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이상을 느꼈다면 빠른 시일 내 병원을 찾으시길 바라요!🙂
- Schlaeger, Judith M et al. “Evaluation and Treatment of Vulvodynia: State of the Science.” Journal of midwifery & women's health vol. 68,1 (2023): 9-34. doi:10.1111/jmwh.13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