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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획] ‘보다가 울컥하는’ 잊지 못할 영화 속 베드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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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찍은 영화는 많지만, 영화마다 베드신도 의미가 다릅니다. 어떤 영화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혹은 삶에 대한 의지를 의미하곤 하죠. 오늘은 단순히 야한 장면이 아닌, 마음에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는 영화 속 베드신을 소개할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잊지 못할 영화 속 베드신이 있는 사람

  • 치명적인 사랑 영화를 찾고 있는 사람

  • 섹스가 단지 자극적인 행위가 아니란 걸 아는 사람

    

    *각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티를 만난 지 일주일이 됐다. 우리는 매일 밤새도록 섹스를 했다. 오늘 저녁에는 폭풍우가 내릴 거라고 한다.’ 영화 <베티블루 37.2>의 첫 장면은 베티와 조르그의 한낮 섹스입니다. 장면과 내레이션 모두 심상치 않은 전개를 예상케 하죠.

<베티블루>는 불 같은 성격의 19살 베티가 작가를 꿈꾸는 30살 배관공 조르그를 만나면서 세상 끝난 듯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삶은 ‘Carpe Diem(현재를 살아라)’ 그 자체. 어떻길래 그러냐고요? 베티는 조르그를 괴롭히는 사장에 반발해 그의 차에 페인트를 붓고, 급기야 집을 불사릅니다. 식당 서빙 중 부당한 요구를 한 손님에게는 포크 공격을 서슴지 않죠.🔥

그녀에겐 믿음이 있습니다. 조르그가 최고의 작가가 될 거라는 믿음이요. 조르주가 숨겨둔 원고를 발견한 베티는 밤새 타이핑을 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혹평 가득한 회신뿐. 연이은 퇴짜에 지쳐가던 중 그녀는 임신을 확인하고, 설레는 맘으로 새 생명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베티의 임신은 상상 임신이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베티는 차차 시들어가는 대신 뜨겁게 미쳐갑니다. 낙담한 그녀는 점차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그녀에게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쉬이 얻기 힘든 것을 열망한다는 것. 조르그의 등단과 그녀의 임신 모두 그렇죠. 모두 한 세계를 세상에 등장시키는 일입니다. 노력만으로도, 운만으로도 이루기 힘든 원대한 꿈이죠.

<베티블루 37.2>의 베드신은 내면의 갈증을 채우려는 듯 섹스하는 두 사람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정사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인간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서로를 탐닉하지만, 결코 상대와 하나가 될 수 없는 섹스처럼요. 순전히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건 믿음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베티의 재능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가망성을 속단하지 않고, 원하는 것에 자신을 모두 내던지는 것 말이죠.

✔베티의 섹스는 한 마디로? 가질 수 없는 것을 끝없이 갈망하는 몸짓




우리는 요즘 어때? 라는 말에 ‘괜찮아’라고 답합니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동시에 안녕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리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와의 한때가 인생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곤 하는데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쿠미코가 대학생 츠네오를 만나면서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입니다.

쿠미코는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잇는 할머니의 보호 아래 살아가지만, 동시에 할머니를 통해서만 도시의 공기를 설핏 맛보는 처지입니다. 쿠미코은 호랑이를 무서워하지만,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 속 조제처럼 인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한 사람이 되길 바라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이웃집 남자에게 가슴 만지는 걸 허락할 정도로 무력하지만요.

츠네오와 연인이 된 쿠미코. 그녀는 애인이 생기면 아쿠아리움에 꼭 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둘은 아쿠아리움이 휴장해 들어가지 못합니다. 대신 바다 컨셉의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죠. 쿠미코는 심해처럼 꾸며진 방에서 과거 자신을 회상합니다. ”깊고 깊은 바닷속에서 난 헤엄쳐 나왔어.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쿠미코에게 섹스는 어떤 행위였을까요. 섹스는 혼자만의 세계를 뛰어넘어야 가능합니다. 자아의 안락한 울타리를 넘어 타인과 교감하고, 또 상처입을 가능성을 품는 행위죠. 쿠미코에게 츠네오와의 관계는 안전하지만 적막으로 가득했던 과거와 결별하는 사건입니다. 그녀는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걸 직감하죠. 쿠미코는 자신이 바다를 구르는 조개껍데기 같은 존재가 될 테지만,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합니다.

찰나이지만 영원으로 남는 시절이 있습니다. 쿠미코에게는 츠네오와의 추억이 그럴 테죠. 하지만 그런 순간 덕에 인생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결말 아닐까요. 마음은 쓸쓸해도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주었으니까요. 산다는 건 백지 같은 일상 속 꾹꾹 눌러쓴 진한 점 같은 순간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쿠미코와 츠네오의 섹스처럼요.🖼️

✔조제의 섹스는 한 마디로?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기억 한 자락




상대를 진짜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본 적 있나요?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안젤리나 졸리 주연 영화 <오리지널 씬>은 속고 속이는 관계 속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커피농장 사장 루이스가 미국인 아내를 맞이하면서 시작되는데요. 사랑이라곤 모르는 루이스는 신부공고를 내고, 사진만 본 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여자를 아내로 맞기로 하죠.

항구로 마중 나간 그는 사진과는 줄리아의 미모에 깜짝 놀랍니다. 줄리아는 “얼굴에 끌려서 다가오는 남자는 바라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루이스 역시 커피공장 직원이라 속인 것을 밝히며 재력을 보는 여자는 피하고 싶었다고 하죠. 이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죠. 하지만 줄리아의 정체는 결혼사기단. 줄리아는 루이스의 전 재산을 인출해 달아나고, 루이스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영화에는 ‘사랑에 눈먼 남자와 사랑이 두려워 도망간 여자의 이야기’라는 설명이 나오는데요. 사랑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는 루이스와 목적 달성을 위해 마음을 외면하는 줄리아. 이들의 관계는 사랑의 요건을 질문합니다. 과연 진실을 외면하는 관계에서 사랑이 성립할 수 있을지요. 신뢰가 빠진 사랑은 가능할까요. 저토록 지독한 사랑도 사랑일까요.

영화 속 섹스신은 무려 2분간 이어지는데요. 루이스와 줄리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앵글로 카메라가 멀리서 천천히 돌며 이들을 비추죠. 두 사람을 조감하는 구도는 이들의 미친 사랑을 관조적으로 관찰하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느껴질 테고, 누군가에게는 욕정에 눈먼 탐닉처럼 보일 장면이죠. 둘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습니다. 어떤 관점이든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루이스와 동업자 알란이 주고받는 대사로 마무리할게요. 알란은 루이스에게 줄리아와의 관계에 대해 묻습니다. “모든 걸 주고 싶으면 사랑이고, 모든 걸 갖고 싶으면 욕망이다. 어느 쪽인가?” 이에 루이스는 “모든 걸 다 주고 싶고, 모든 걸 다 갖고 싶다”고 답하죠. 루이스는 사랑에 눈먼 호구일까요, 역경을 뛰어넘은 순정남일까요? 당신의 해석이 궁금하네요.🤔

✔루이스의 섹스는 한 마디로? 남자의 순정과 호구의 열정 사이




<베티블루 37.2>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리고 <오리지널 씬>까지. 영화 속 섹스는 인물 각각의 성격과 상황을 보여줬는데요. 당신의 마음을 끈 베드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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