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넨 애인 얼만큼 믿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인데요. 옛말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단 말이 있죠. 하지만 믿음 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조금 심도 있는 이야기, 연인 관계에서의 신뢰에 대해 다뤄볼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신뢰 문제로 연인 관계가 삐걱인 사람
- 신뢰가 깨져 헤어져 본 적 있는 사람
- 믿음을 주는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
서울 안암동에 사는 레이먼트(27) 님은 관계에서의 신뢰를 건강에 비유했어요. ”건강을 한순간에 쌓아올릴 순 없잖아요? 평소에 세끼 건강하게 먹으면서 적게라도 운동하고,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몸에 면역력을 길러주죠. 연인 사이에서 신뢰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는 신뢰가 있다면 ‘집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어요. “애인이 기타 동호회를 해요. 얘기를 듣다보면 가끔 멤버에 질투를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괜히 더 질투나는 듯 연기하곤 하죠. 그럼 애인도 약 올리면서 장난치고 말죠. 평소 신뢰가 단단하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레이먼트 님은 일상은 물론 속마음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그는 이전 연애를 털어놨는데요. “전 여친이 좀 회피형이었어요. 어느 날 친구들이랑 술을 먹으러 가선 연락이 잘 안 되더라고요. 나중에 ‘뭐해?’라고 물었는데 대뜸 화부터 냈어요. ‘마시다 보면 확인 못할 수 있지!’라면서요.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전 남친이 집착이 심했대요. 그 기억 탓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다고요. 얘길 들으니 좀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는 전 여친과의 이별을 회고하며 ‘솔직함’의 미덕을 강조했어요. “자기 사정은 말 안 하고, 지레 짐작할 때 관계가 삐걱이더라고요. 전에 상대가 너무 집착했다고, 저까지 그럴 거라 생각하면 곤란하잖아요? 전 여친이 그랬어요. 비슷한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너가 싫어할까 봐 그러지’라고 제 핑계를 댔죠. 답이 정해져 있으니 대화가 될 리가 없었죠.”
레이먼트 님은 “신뢰는 쌍방”이라고 강조했어요. “터놓는 태도가 중요해요. 그래야 신뢰가 생기죠. 무슨 사정인진 몰라도, 나 혼자 답을 정해놓고 상대를 껴 맞추는데, 어떻게 상대가 마음을 열겠어요.
나부터 상대에게 솔직해야 상대도 맘을 열어요. 저도 최대한 그러려고 하고요.”
서울 상도동에 거주하는 제이미(33) 님의 생각은 레이먼트 님과 비슷한 듯 달랐는데요. “커뮤니티에 맨날 올라오는 남사친 여사친 논쟁있죠?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남사친 여사친은 예시일 뿐이에요. 두 사람이 제대로 쇼부를 보거나, 아니면 서로 이해하면 되니까요. 그게 다 가치관이 달라서 오는 문제에요.”
제이미 님은 서로가 우선순위에 있다면, 나머진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어요. “전 연인과 모든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둘 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전 가족/드라마 장르를 좋아하고 애인은 마블 시리즈를 다 챙겨봐요. 애인이 저한테 물어봐요. ‘<어벤저스> 나왔는데, 보러 갈래?’ 전 고개를 젓죠. 그럼 친구들과 보고 온다고 해요. 거기다 ‘누구랑 가느냐’고 캐묻지 않아요.”
신뢰를 쌓기 위해선 상대의 느낌과 감정부터 알아야 했는데요. “워낙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요. 솔로 기간이 길기도 했고요. 그래서 훌쩍 말없이 어디 갈 때가 많은데, 애인이 의아해하더라고요. ‘어디 간다고 왜 말 안 했느냐’고요. 전 별 생각이 없었을 뿐인데. 그때 알았어요. 어디 가는지 얘기해 주는 게 중요하구나, 하고.”
이젠 혼자든 함께든 자신의 좌표를 상대에게 얘기하고, 중간에 사진을 보낸다고.
“어디서든 ‘날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게 상대가 바라는 전부더라고요.” 그녀가 상대에게 지켜줬으면 하는 기준이 있는지도 물었는데요. “뭘 해도 상관없어요. ‘여사친과 단둘’이만 아니면요!”
결국 신뢰는 각자 최소한의 기준을 지켜주는 것. 신뢰는 일종의 군사분계선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적어도’ 이것만 지켜준다면, 서로의 관계가 파탄날 일은 없었죠. 나머지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호의로 풀면서 외교적으로(!) 넘어갈 수 있고요. 만약 연인과 신뢰문제를 겪고 있다면, 각자 상대에게 바라는 마지노선부터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요.
속마음을 터놓는 것과 각자의 선을 지켜주는 것까지. 신뢰의 정의도 참 다양했는데요. 당신이 생각하는 신뢰는 무엇인가요? 연인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했던 행동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