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성수동. 한 캐릭터 팝업 스토어에 방문합니다. 웨이팅 번호 120번을 발급 받습니다. 애인은 ‘병맛’
인스타툰에 다들 왜 이렇게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며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비슷한 경험, 한 번쯤 있으신가요? 애인과 취향이 잘 맞는 편인가요? 오늘은 연애에서 취향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나눠봤습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취향 잘 맞는 연인을 만나고 싶은 사람
- 연인과 취향이 너무 달라서 고민인 사람
- 연애에서 취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궁금한 사람
“취향만큼 서로를 단시간 내에 묶어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취향을 알아본 애인의 안목에 반해 연애를 시작했다는 김○○ (32)님. 그녀는 연애 초반에는 누구나 콩깍지가 씌이지만, 취향이 겹칠 경우 콩깍지 위에 ‘안대’까지 덧씌우는 느낌이라고. “‘이게 흔히 말하는 소울메이트인가?’ 싶었죠.”
위스키와 재즈,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주○○ (29) 님도 취향만큼 관계에 인력으로 작용하는 건 없다고 수긍했어요. “취향 맞는 여친을 만난 적 있어요. 음악 잘 틀기로 유명한 바에서 신청곡을 하나씩 쓰는데, 서로 ‘이 음악 진짜 좋지’ 하면서 끄덕였죠. 그때의 경험은 아직도 선명해요. 매일 자라섬 페스티벌 가는 기분이랄까.”
한편 취향만큼 금세 ‘찐친’되는 요소도 없지만, 그 방식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접할 수 있었는데요. 메탈 매니아 강○○ (28) 님은 “취향 맞는 연애, 저도 해 봤죠. 공감대가 잘 형성되니 나눌 게 많고 좋아요”라면서 먼 곳을 응시했어요. “크라잉넛을 좋아했는데, 과 후배도 팬이었던 거예요. 우연히 알게 된 후로 친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요즘 소개팅 행태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요즘엔 인스타 탐색 탭으로 서로 취향을 확인한다면서요?” 그러면서 그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하다가 들키는 순간에 대해 언급했어요. “좀 옛날 말이긴 한데요. 왜, 그냥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취향이 들통날 때 있잖아요. ‘너도?’ 하면서 마음의 문이 허물어지는 순간. 취향이고 MBTI고 다 좋은데, 첨부터 맞다 안 맞다 깔고 가진 않았으면 해요. 탐색하는 기간도 있어야죠.”
취향 덕분에 가까워진 두 사람, 사귀게 된 다음은 어떨까요? 김○○ 님은 같을 점이 많을수록 차이에 주목하게 된다는 한 심리학 연구를 언급했어요. “처음부터 달랐으면 차라리 괜찮아요. 제가 남자친구의 미적 감각에 반해서 사귀었거든요. 근데 맨날 전시 보고, 소품 사고 옷 사는 게 아니잖아요? 계획적인 저와 달리 충동적이더라고요. 성격도 상극이고요.”
‘역사 덕후’를 자칭하는 추○○ (35) 님은 ‘취향은 대화의 물꼬를 틔어준다’고 전하면서도, ‘중요한 건 관점’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둘 다 ‘역덕’이었거든요. 근데 중요한 게 달랐어요. 제가 <삼국지>를 읽을 때면 애인은 유튜브에서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나 ‘알쓸신잡’을 보는 식이었죠. 좀 더 가벼운 매체를 즐기고, 좀 더 감성적이었죠.”
그의 얘기를 더 들어봤는데요. “똑같이 역사 매니아여도, 성향이 다르니까 오히려 싸움의 요소가 됐죠. 전 사실 기반으로 말하는 편이고 냉철한 반면, 여친은 감성적이고, 좀 직관에 의존해 말하는 편이었어요. 취향이라는 접점은 있는데 결이 안 맞았죠.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다 보니 자꾸 언쟁으로 번졌던 것 같아요.”
취향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오히려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는데요. 주○○ 님은 썸으로 끝난 관계를 회고했어요. “상대방과 빌 에반스와 쳇 베이커에 대해 얘기할 순 있어도, 현재 고민 같은 건 털어놓기 힘들더라고요. 취향은 절 세련된 사람처럼 보이게 하지만, 제 사정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게 좀 겁나는 것 같기도 해요.”
자신과는 판이한 성격으로 매번 놀라는 연애 중이라는 김○○ 님은 ‘인간이 같을 수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어요. “취향이 같으면 사이좋은 우물 안 개구리 느낌이에요. 근데 결국 다른 점이 훨씬 더 많거든요. 우물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죠. 취향이 안 맞아서 고민이라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냥 동호회를 들면 되는 걸요.”
취향 맞는 연애를 해 봐서 그런 거 아니냐고 반문했는데요. “그럴지도 몰라요. 근데 맞아봤자 한 구석이잖아요. 영화 취향이 같거나, 음식 취향이 같거나, 유머 코드가 같거나. 주변에 연애하는 친구들 보면 1~2개 겨우 맞던데요.” 연애에서 취향의 비중을 묻자, 그녀는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할 때 취향의 힘은 50%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데에는 10%도 안 된다고 덧붙였어요.
역덕 추○○ 님은 “취향 따윈 1도 중요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다만 자꾸 언쟁이 일어나는 부분은 살펴봐야죠. 정치 성향처럼요. 취향은 ‘그렇구나’가 되는데, 이건 자꾸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거든요. 결혼할 사이라면 눈여겨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는 취향보다 성향의 중요도를 강조했어요.
탐색전을 언급한 강○○ 님의 생각도 궁금했는데요. “연애에서 취향의 중요도요? 저는 80%이요. 애인 안 만날 때 즐길 게 있어야죠.” 그는 만사 애인과 함께 하려는 생각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랑 애인 둘 다 좋아하는 건 뉴진스 정도뿐이에요. 근데 같이 뉴진스 얘기하는 건 좀 그림이 이상하단 말이죠.”
그는 7월 문래에서 열린 메탈 공연에 다녀왔다고 전했어요. “(여친한테) 사진 보내니까 ‘ㅋㅋㅋㅋㅋㅋㅋ’이 오던데요.” “저 스스로 즐길 게 있으니까, 여친한테 집착하지 않아요. 그건 여친도 마찬가지고요. 취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만의 색깔을 만들잖아요. 그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저랑 같고 다르고는 중요치 않고요.”
오늘은 취향 맞는 연애를 해 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당신의 연애에서 취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