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에 걸려 고생한 적 있나요? 건강 문제가 다 그렇지만, 불편을 겪고 나서야 몸의 이상 징후를 살펴보게 돼요. 미리 질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은 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살펴볼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만성적인 질염으로 고생 중인 여성
- 평소 질 건강을 챙기고 싶은 여성
- 질과 관련된 속설을 확인하고 싶은 여성
*일부 내용은 <두번째봄> 산부인과 정선화 원장님과의 문답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질 분비물은 다양한 기관에서 내보낸 물질로 이뤄져 있어요. 자궁경부 점액, 질 입구 양쪽의 바르톨린선과 질과 요도 사이에 위치한 스케네 샘에서 나오는 분비물 등이죠.¹ 분비물이 나오는 현상 자체는 자연스러운데요. 문제는 질 내 생태계가 깨질 때에요. 질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군집을 이뤄 살고 있는데, 균형이 무너지면 질염이 발생하거든요.
실제 분비물 문제로 특정 계절에 내원하는 환자가 많은지 궁금했는데요. <두번째봄> 정선화 산부인과 원장은 “여름이 되면 질염 환자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바캉스 시기라서 수영장에 가는 빈도가 높고, 습하고 무더운 환경이 Y존 건강을 깨뜨리기 때문”이라고 전했어요. 곧 여름의 높은 기온과 변화된 생활 습관이 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죠.
건강한 질은 pH 3.5~4.5로 산성을 띱니다. 락토바실러스라는 균총이 우세하기 때문인데요. 이 균이 젖산을 생성해 질을 산성으로 유지, 외부균의 침입에 대항합니다. 또한 질 상피세포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젖산균의 동력이 되죠. 이 과정 전반에는 에스트로겐이 관여합니다.²
질 건강의 척도인 pH는 유산균이 만들지만, 그 위에는 호르몬이 있다는 뜻! 무엇보다 호르몬 변동은 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미국 워싱턴 대학 산부인과에서 16주간 여성 32명을 대상으로 월경주기에 따른 질 내 환경을 조사한 결과, 월경주기에 따라 질 내 균 비중이 변화했어요. 월경 중에는 유산균도 줄어들었죠.³
곧 호르몬 자체가 여성 몸의 변동 요인입니다. 이를 제어하는 별도의 식단이 있긴 힘들겠죠? 결론은 뻔하지만(!) 균형잡힌 식단입니다. 특히 비타민 A,C,D,E, 그리고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단은 질 건강에 도움이 돼요. 고구마나 브로콜리를 먹으라는 기사에는 이런 배경이 있죠. 물론 각 식품은 여러 영양소의 복합체인 만큼 몇 그램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는 드리기 어렵습니다.😓
🔍밀가루를 먹으면 칸디다 질염이 잘 걸린다고 들었어요.
밀가루가 칸디다균의 먹이가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밀가루 자체가 질 유해균의 먹이가 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데요. 다만 밀가루나 단당류가 혈당을 높이면 질 내부의 곰팡이와 상재균의 균형이 깨지게 돼요. 곧 곰팡이균의 과증식을 유도하게 되죠. 따라서 질 내 환경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합니다. 특히 당뇨병 위험이 있거나 당뇨병을 이미 진단받은 경우라면 특히 유의해야 해요. (<두번째봄> 산부인과 정선화 원장)
티트리 오일이 항균, 항진균 효과를 지닌 건 맞아요. 올해 3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에어랑가 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칸디다균에 대한 티트리 오일의 항진균 효과를 시험했는데요. 연구진은 미리 준비된 슬라이드에 칸디다균을 도포하고, 그 위에 티트리 오일 5%와 티트리 오일 10%, 세균성 질염 치료에 쓰이는 니스타틴(Nystatin)을 투여해 각 용액이 얼마나 칸디다균에 잘 맞서 싸우는지 직경을 체크했어요.
그 결과 티트리 오일 5%에서 7.26mm에 그쳤던 칸디다균 억제 범위가 티트리 10%에서는 8.64mm로 넓어졌어요. 티트리 오일 함유량이 높을수록 항진균 효과
가 컸죠. 물론 질염 치료제인 니스타틴은 25.57mm로 훨씬 월등한 효과를 보였고요.⁴💊
곧 티트리 오일은 칸디다 같은 곰팡이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연구실 내에서 수행한 실험 결과로, 칸디다 질염을 앓는 여성에게 얻어낸 결과는 아니에요. 외음부, 정확히는 속옷에 티트리 오일을 뿌렸을 때 질염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그렇다면 질염기가 보일 때 선제적으로 티트리 오일을 쓸 순 없을까요. 이에 정선화 원장은 “티트리 오일 같은 허브제제들은 오히려 알레르기나 자극 효과를 주는 경우도 있기에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얼른 병원을 방문해 항진균제를 복용하고, 티트리 오일은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전했죠.
질염의 문제는 재발이 잦다는 건데요. 세균성 질염은 전체 질염의 50%에 달합니다. 여성이라면 평생 한 번 이상은 걸리죠. 트리코모나스증은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치료 3개월 후 재검을 요할 정도로 재발이 흔합니다.⁵ 성관계 파트너와 꼭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특성이 있고요. 칸디다 질염도 5% 정도는 재발한다고 해요.
재발이 잦은 만큼 환자 입장에서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요. 정선화 원장은 “질염 치료의 기본은 질염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에 적합한 약을 취합해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처방을 정확히 시키고, 생활 습관을 교정한다면, 최대한 약의 내성을 줄이면서 치료가 가능하다”고도 덧붙였죠.
또한 약에 대한 내성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질염이 재발한다고 해서 ‘약 내성 탓’이라고 자의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어요. 나아가 “항생제 내성은 균의 바이오 필름* 때문에 발생한다고도 알려져 있다”면서 “이 경우 경구 제제를 질 연고로 바꿔 내성을 극복하고, 치료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강조했죠. *바이오 필름 : 미생물이 결합해 만든 막으로, 항생제에 대해 일종의 방어 역할을 함.
질 건강에 대해 한 번쯤 품어본 질문에 대해 다뤄봤는데요. 유익했다면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세요.🤗 다음번에는 생리에 대한 막연한 느낌을 속 시원하게 풀어볼게요!
인용
- <질 건강 메뉴얼>, 제니퍼 건터, 조은아 역, 글항아리, 1부 2장 「질」 39쪽.
- Lehtoranta, Liisa et al. “Healthy Vaginal Microbiota and Influence of Probiotics Across the Female Life Span.” Frontiers in microbiology vol. 13 819958. 8 Apr. 2022, doi:10.3389/fmicb.2022.819958
- Eschenbach, D A et al. “Influence of the normal menstrual cycle on vaginal tissue, discharge, and microflora.”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 an official publication of the 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vol. 30,6 (2000): 901-7. doi:10.1086/313818
- Ervianti, Evy et al. “Comparison of tea tree oil 5%, tea tree oil 10%, and nystatin inhibition zones against vaginal Candida isolates in pregnancy.” Journal of infection in developing countries vol. 17,3 353-358. 31 Mar. 2023, doi:10.3855/jidc.16761
- Lin, Yen-Pin et al. “Vaginal pH Value for Clinical Diagnosis and Treatment of Common Vaginitis.” Diagnostics (Basel, Switzerland) vol. 11,11 1996. 27 Oct. 2021, doi:10.3390/diagnostics11111996
참고
- , 힐팁, 2022년 5월 4일
- Donders, Gilbert G G et al. “Lab-Based Retrospective 10-Year Analysis Shows Seasonal Variation of Vaginal Candida Infection Rates in Belgium.”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vol. 11,3 574. 24 Jan. 2022, doi:10.3390/jcm11030574